
제주 3박4일 여행의 마지막 날 오후, 사려니숲길에 갔다. 아침에 애월에서 마지막 커피를 마시고 섬 동쪽 숲으로 차를 몰았다. 사려니숲길은 그냥 걷기 좋은 숲길이라고만 알고 갔고, 비행기를 타기 전에 가볍게 걷고 나올 생각이었다. 여행 기록장에는 이날 이 대목이 한 줄로 남아 있다. 「그냥 걷는 길인 줄 알았는데 등산이었다.」
결론부터 적는다. 우리가 차를 댄 사려니숲 주차장에서 들어가는 길은 흙과 돌, 나무 계단이 섞인 산길이었다. 숲 입구 표지판의 제목부터 「등산 시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였다.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비짓제주도 이 연결 구간인 절물조릿대길을 두고 노면이 고르지 않고 높낮이 차이가 있으니 노약자나 유모차 이용자는 남조로변 붉은오름 입구를 이용하라고 안내한다. 평평한 길을 기대한다면 어느 입구로 들어가느냐부터 정해야 한다.
이날 남은 기록은 휴대폰 사진 15장과 액션캠 영상 13개다. 사진은 주차장 쪽 6장, 안내판 3장, 숲속 6장으로 나뉘고, 영상은 모두 합쳐 반시간 남짓인데 걷는 동안의 길바닥과 표지판이 이어서 담겼다. 이 글은 그 사진과 영상에 남은 장면만으로 주차장, 안내판, 입구 표지, 걸은 길을 차례로 적는다. 사진에 없는 것은 짐작으로 채우지 않는다.

사려니숲 주차장 — 입구 앞에는 차를 댈 곳이 없다
주차장에 닿아 처음 찍은 것은 주차장 옆 길가의 울타리였다. 흰 쇠파이프 울타리 안 흙바닥에 말 두 마리가 있었고, 짙은 색 말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울타리 한쪽에는 담요 두 장이 걸려 있다. 뒤편에는 키 큰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다음 사진에는 나무로 덮인 오름이 전봇대 너머로 둥글게 솟아 있다.

주차장은 넓은 풀밭과, 잔디 사이로 격자 블록을 깐 바닥으로 나뉘어 있었다. 사진 속 풀밭에는 가장자리를 따라 차가 서 있고 가운데는 비어 있다. 하늘은 파랬고 흰 구름이 크게 떠 있었다. 숲에 들어가기 전의 하늘은 이 여섯 장이 전부다.
여기에 차를 댄 이유는 단순하다. 사려니숲길의 이름난 입구는 비자림로변에 있는데, 비짓제주 안내를 보면 그 입구 주변에는 따로 주차할 공간이 없다. 차로 가는 사람에게 안내하는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사려니숲 주차장에 대고 절물조릿대길을 지나 비자림로변 입구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남조로변 붉은오름 입구 쪽 주차장에 대고 들어가는 길이다. 우리는 앞쪽을 골랐다. 주차장을 고른 것이 곧 걸을 길을 고른 것이었는데, 그때는 그 차이를 몰랐다.
안내판이 먼저 알려 준 거리 — 주차장에서 임도까지 2.5km
주차장 가장자리 숲 쪽에는 안내판이 세 개 서 있었다. 한라산둘레길 이용안내, 제주시가 세운 사려니숲길 지도, 그리고 사려니숲길 이용안내다. 세 장을 다 찍어 두었는데, 걷기 전에 찬찬히 읽었어야 할 것은 지도와 이용안내 두 장이었다.
지도 안내판에는 현위치가 사려니숲길 주차장으로 찍혀 있다. 거기서 초록 선이 비자림로변 사려니숲길 입구까지 내려가고, 입구부터는 빨간 선이 물찻오름 입구까지, 노란 선이 남조로변 입구까지 이어진다. 초록 선 옆에 적힌 거리가 2.5km다.

이용안내판에는 같은 길이 한 줄로 정리돼 있다. 주차장과 숲길 임도 구간을 잇는 이 길의 이름이 절물(조릿대)길이고, 사려니숲길 주차장이 생기면서 기존 숲길 구간을 넓혀 정비해 임도와 주차장을 연결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한라산둘레길을 늘려 이은 노선 가운데 하나라는 말도 있다. 판 아래쪽에는 빨간 글씨로 숲길 이용 종료 시간이 따로 적혀 있었다.
| 구간 (안내판 표기 순서) | 거리 | 안내판 소요시간 |
|---|---|---|
| 민오름 입구 ↔ 사려니숲길 주차장 | 0.5km | 10분 |
| 사려니숲길 주차장 ↔ 사려니숲길 임도 구간 | 2.5km | 50분 |
| 임도 구간 ↔ 물찻오름 입구 | 4.8km | 80분 |
| 물찻오름 입구 ↔ 사려니숲길 붉은오름 입구 | 5.2km | 90분 |
표의 거리는 구간마다 한 방향으로 적힌 값이다. 주차장에서 임도 구간까지 갔다가 차로 돌아오려면 같은 길을 한 번 더 걸어야 한다. 비짓제주는 사려니숲 주차장에서 출발해 물찻오름 입구 부근에서 되돌아오는 코스를 약 세 시간에서 세 시간 반으로, 붉은오름 입구 쪽에 차를 대고 물찻오름 입구 부근에서 되돌아오는 코스를 약 두 시간에서 두 시간 반으로 안내한다. 같은 숲길을 보러 가도 어느 주차장에 대느냐에 따라 한 시간쯤 차이가 난다는 뜻이다.
숲길 본선에 닿기 전에 걸어야 하는 거리가 따로 있다는 것, 안내판은 그 숫자를 초록 선 옆에 먼저 적어 두었다.
입구 표지판에 적힌 두 글자, 「등산」
안내판을 지나 숲 쪽으로 몇 걸음 들어가면 자갈이 깔린 바닥 끝에 표지판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다. 휴대폰으로는 찍지 않았고 액션캠 영상에 남아 있었다. 왼쪽 큰 판의 제목이 「등산 시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다. 그 아래로 안전한 산행을 위한 수칙이 그림 열 칸으로 이어지고, 그중 한 칸은 사고가 나면 119에 연락하라는 내용이다. 오른쪽 작은 판은 사려니숲길 출입통제 안내다.

출입통제 안내판의 빨간 동그라미 안에는 개, 자동차, 말 탄 사람, 오토바이, 자전거 그림이 들어 있다. 아래에는 차량 통행 금지, 자전거와 오토바이 통행 금지, 우마나 반려동물과 함께 들어가는 행위 금지가 적혀 있다. 주차장 옆 이용안내판의 주의사항에도 애완동물 출입 금지가 들어 있었으니, 반려동물과 함께 걸을 계획이라면 이 숲길은 맞지 않는다.
사려니숲길 이용안내판의 주의사항 (현장 안내판, 8월 중순)
- 탐방로를 벗어나 숲속이나 하천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 동물과 식물, 돌과 흙을 채집하거나 훼손하지 않는다
- 취사와 음주를 하지 않는다
- 애완동물은 들어갈 수 없다 (야생동물 교차감염 예방)
- 산불 예방을 위해 흡연과 불 피우기를 하지 않는다
-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되가져간다
기록장의 「등산이었다」라는 한 줄과 입구 표지판의 「등산 시」라는 제목은 같은 말을 하고 있다. 다만 이 길이 정상까지 올라가는 산은 아니다. 표지판이 말하는 등산은 오름 꼭대기가 아니라, 산길을 걷는 데 필요한 조심을 뜻하는 쪽에 가깝다.
걷기 좋은 숲길이라고만 알고 들어간 날, 숲보다 표지판이 먼저 산길이라는 말을 꺼냈다.
걸어 보니 — 흙길, 밧줄 난간, 계단, 찻길 하나
숲에 들어서자 길은 한두 사람이 지날 만한 폭의 흙길로 좁아졌다. 양옆으로 고사리와 넓은 잎 풀이 자라 길 가장자리를 덮고, 바닥에는 떨어진 잎과 작은 돌이 섞여 있다. 휴대폰으로 찍은 첫 숲길 사진이 딱 그런 좁은 흙길이다.

한동안 그런 길이 이어진다. 영상을 넘겨 보면 길 한쪽이나 양쪽에 나무 말뚝을 박고 밧줄을 이은 난간이 따라붙는 구간이 길고, 나무 그늘이 짙어 화면이 어두워지는 곳이 많다. 대표 사진으로 올린 장면도 그런 구간이다. 나무 울타리 옆으로 흙길이 곧게 들어가고, 양쪽 바닥은 넓은 잎 풀로 덮여 있다.
중간에 찻길을 한 번 건넜다. 숲길 끝에 「차량조심」 표지판이 서 있고, 그 옆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횡단보도가 그려진 이차선 도로가 나온다. 길 건너편에도 나무 데크가 보여 곧바로 다시 숲으로 들어가게 된다. 숲길 한가운데서 찻길을 만나는 자리이니 표지판대로 좌우를 살피고 건너는 편이 좋다.

오르내림은 계단과 비탈로 온다. 영상에는 난간을 단 나무 데크 계단이 여러 번 나오고, 비탈진 곳에는 야자 섬유로 짠 매트가 길게 깔려 있다. 한 곳에는 「추락주의」 표지판도 서 있었다. 정상에 오르는 길은 아니지만, 평지를 걷는다고 생각하고 들어간 사람에게는 충분히 산길이다.
비짓제주 소개에 나오는 붉은 화산송이길은 우리 사진과 영상에 한 장면도 없다. 영상 뒷부분에 곧은 줄기가 빽빽하게 선 구간이 나오지만, 그 나무가 삼나무인지는 사진으로 가리지 못했다. 안내판의 2.5km를 끝까지 걸어 임도 구간에 닿았는지는 남은 기록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주차장에 닿아 찍은 첫 사진부터 숲속 마지막 사진까지는 한 시간 반쯤이고, 그 사이 숲에서 휴대폰을 꺼낸 것은 여섯 번뿐이었다.
자주 묻는 것
Q. 사려니숲길에 차를 가져가면 어디에 대나
A. 비짓제주는 비자림로변 입구 주변에 따로 주차 공간이 없다고 안내한다. 사려니숲 주차장이나 남조로변 붉은오름 입구 쪽 주차장을 쓰면 된다. 사려니숲 주차장을 고르면 절물조릿대길 산길을 먼저 걷게 된다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두면 좋다.
Q. 걸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이나 유모차와 함께라면
A. 비짓제주는 절물조릿대길의 노면이 고르지 않고 높낮이 차이가 있어 노약자나 유모차 이용자에게 남조로변 붉은오름 입구를 권한다. 우리가 걸은 쪽에서도 나무 계단과 야자매트 비탈, 좁은 흙길이 이어졌다.
Q. 숲속에서 눈에 띄는 장면이 있나
A. 우리 휴대폰 사진의 마지막 두 장은 돌무더기다. 나무 밑동 사이로 검은 현무암 조각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그 위에 이끼가 두껍게 앉아 초록과 검정이 섞여 보인다. 숲 그늘 속에서 색이 가장 진하게 남은 장면이었다.

Q. 몇 시까지 걸을 수 있나
A. 비짓제주는 이용 시간을 아침 아홉 시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로, 다섯 시까지 퇴장해야 하며 연중무휴라고 안내한다. 현장 이용안내판에도 숲길 이용 종료 시간이 같게 적혀 있었다. 비나 눈 같은 기상 악화 때는 일부 또는 전체 구간이 통제될 수 있으니 가기 전에 공지를 확인한다(비짓제주 2026년 9월 중순 확인).
Q. 물찻오름에도 올라갈 수 있나
A. 비짓제주에 따르면 물찻오름은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평소 출입이 제한되고, 공식 행사 기간에 예약제로 잠시 열릴 수 있다. 지도 안내판에 물찻오름 입구가 표시돼 있어도 오름에 오르는 길로 여기고 가면 안 된다.
정리하면 — 다시 간다면 입구부터 고른다
사려니숲길은 어느 입구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처음 만나는 길이 다르다. 사려니숲 주차장에 차를 대면 안내판 기준 2.5km의 절물(조릿대)길을 먼저 지나야 하고, 그 길은 입구 표지판부터 등산이라는 말을 쓰는 흙길 산길이다. 우리는 그 차이를 모른 채 주차장에 차를 댔고, 걷기 좋은 숲길을 떠올렸다가 계단과 비탈을 만났다. 숲 그늘은 짙었고 마지막 숲길 사진 속 흙길은 떨어진 잎으로 덮여 있었다.

다시 간다면 함께 가는 사람에 맞춰 입구부터 고르겠다. 평평한 길이 필요한 일행이 있으면 비짓제주가 권하는 남조로변 붉은오름 입구 쪽, 숲속 흙길과 계단을 걸어도 괜찮다면 사려니숲 주차장 쪽이다. 이날처럼 여행 마지막 날이라 뒤에 일정이 남아 있다면, 되돌아오는 거리까지 셈에 넣고 들어가는 편이 좋다. 제주여행 일정에 제주 숲길 한 곳을 넣으려는 사람에게 이 글이 입구를 고르는 데 쓰였으면 한다.
가기 전에 확인할 것
- 차로 간다면 주차장 선택이 곧 걸을 길 선택이다 — 사려니숲 주차장은 절물조릿대길부터 시작한다
- 노약자나 유모차와 함께라면 비짓제주가 권하는 남조로변 붉은오름 입구를 쓴다
- 반려동물, 자전거, 오토바이는 들어갈 수 없다 (현장 출입통제 안내판)
- 안내판 거리는 한 방향 값이다 — 되돌아오는 길을 따로 셈한다
- 이용 시간과 기상 통제 여부는 방문 전에 다시 확인한다 (비짓제주 2026년 9월 중순 확인)
같은 여행에서 처음부터 계단이라는 것을 알고 오른 곳은 성산일출봉 정상까지 오른 기록에, 주차하고 해안 산책로를 걸은 곳은 섭지코지 편에 적어 두었다. 둘 다 이날보다 먼저 들른 곳이다.
※ 직접 방문해 찍은 휴대폰 사진과 액션캠 영상 프레임으로 쓴 글이다. 거리와 이용 안내는 현장 안내판(2026년 8월 중순)과 비짓제주(2026년 9월 중순 확인) 기준이라 지금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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